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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에 성남 살 때 가끔 온적 있었지.
팔당 지나는 고속화도로가 지금처럼 넓지 않았던 기억에선,
도시를 옆에 둔 첩첩산과 한강이 정말 커다랗게 보였는데.

이제 차 만큼 좋은 자전거를 타고 이곳을 지나면서
이 풍경을 꼭 누군가와 다시 보고싶다 생각했다.
그 소망이 이토록 빨리 이루어질 줄은 몰랐지만.

∮ 카페 7그램
양수역을 앞에 두고 오른쪽 샛길에서 빠져나오면, 갑작스래 펼쳐지는 도시 풍경.
자전거 종주 할 때 보급을 하려 멈춘 양수역에서
너무나 들어오고 싶었던 카페 7그램.

그 때는 테라스 테이블까지 관광객과 자전거 동호인들이 가득차서,
커피를 사마실 엄두를 내지 못했다.사실은 내가 쫄보라 혼자 비집고 들어가지 못함....
그래서 그냥 편의점 커피랑 핫바 사서 구석에서 쭈그려 먹음 ㅠ

오늘은 나도 둘이라고- 동호인들 연인들 사이에 얼굴 들고 있으려 했는데, 사람이 없다!
그 많던 사람들 다 어디간거. 동호인들이야 시즌오프라 그렇다치고
연인들 다 어디갔느냐.


∮ 양수역과 북한강 철교
날씨는 꾸물하고 비는 줄곧 내렸어도, 늦은 오후 즈음엔 날이 개어서 산책하기 딱 좋음.
자전거 종주 할 때 봤던 뿅가는 주황 색감 대신
찬 공기랑 물안개랑 햇빛 조금 섞인 회색과 보라 색감 나는 오후.
물론 지금도 뿅감.

∮ 능내역 폐역사
지난 번에는 초코바랑 포카리를 처묵했지만 오늘은 막걸리다!

....
개선장군처럼 왔지만 역시 사람이 없다!
영업하고 있는 가게가 한군데 있었는데, 사람이 한명도 없어서 들어가고 싶지가 않아....
파전에 막걸리 마시면서 사람 구경하는 재미 찾아왔건만
흔한 커플조차 없어서 그냥 돌아감.

종주 할 때는 능내역 벤치에 앉아 한참이나 지나는 사람을 바라봤었다.
숨 돌리기에 번잡스러웠는데도, 삼삼오오 쌍쌍 노닐고 즐기는 사람들이 부러워서.

지금은 아무래도 괜찮아.

∮ 하남시 마방집
능내역 막걸리도 먹지 못한데다, 저녁은 제대로 챙겨먹으려고 하남으로 넘어옴.
한정식집을 일부러 찾았는데, 여기 '마방집'이 압도적인 리뷰수를 가지고 있더라고.
맛집 홍보니 뭐니 할 수준은 초월한 가게 같아서 일단 찾아감.

진입로 들어서자마자 차들이 엄청 많아서 걱정했었다.
예약하고 왔어야 했나? 밥 먹을 수 있는건가? 하고.
그 많은 차주들이 현관에서 다 기다리고 있나 싶었는데, 들어가면 가게가 실로 광활하다.
무슨 99칸 고택 유적지에 들어간줄.

여타 한정식집처럼 칸막이로 된 방은 아니고, 큰 방이 여러채 있다.
일반손님들은 대부분 이런 방으로 데려가는듯.
칸칸방인 줄 알고 이리오너라 문을 확 열고 들어갔는데
바닥에 앉은 사람들이 다 쳐다봐서 원래대로 수줍수줍.
가게 이름이 왜 '마방'인지 이해가 됨.

왠지 정감가는 소품들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저 손때 묻어 번들번들한 번호표.
계산하라고 주는거지만 표정이 참 익살맞은 호감상ㅋ
중앙마당에도 큰 난로가 떡 하니 있는데, 엄청 따뜻하다. 벤치에 누워서 자고 싶었어.

음식은 매우 흡족. 깔끔하고 정갈하다.
2인은 작은 교자상에 서른가지 정도 나물과 된장찌개가 나온다.
찬은 딱 두명이 먹을 만큼 작은 종지에 제공되어 부담스럽지 않다.
보통 한정식 2인 + 돼지산적을 추가하면 두 명이 먹기에 딱 좋음.
밥 다 먹어갈 때 적절한 타이밍으로 나오는 누룽지도 꿀맛.

∮ 대실패 미사리 카페촌 - 대신 이디야 커피
지도 보니 미사리 조정경기장 끝에 카페촌이 보이길래 늦은 시간에 찾아가봤다.
결과는 대실패.

좁은 골목 사이로 커피집은 대체 어디 있나 계속 들어갔더니
무슨 동네가 영화 촬영 셋트인가.... 엄청 황량하고 음습한 느낌의 골목이 쭉 이어져 있다.
이쪽에 살고 있는 주민이 있다면 미안할 얘기지만, 노예노동 유괴 공안실 이런 단어가 머리 속에 막 떠오르더라고.
작은 공장들도 몰려 있었는데 코너 돌면서 라이트에 비친 부서진 마네킹 ㄷㄷㄷㄷ
빙 돌아 동네 초입까지 다시 빠져 나올땐 멈췄던 숨이 트이더라.

"촌놈이 서울 올라와가- 길은 우째저째 찾아도 세상 바삐 돌아가는거 우예 알겠노.
알고보이 커피집들은 죄다 빠져나가삐고, 인자 남은 놈들은 모래먼지 삼켜싸면서 그래 있다 안하나."

오래된 카페촌 이야기-

∮ 모닝모닝 맥모닝
푸짐한 아침셋- 요즘 광고하는 기간 한정메뉴 먹고 싶었지만 아쉬운대로 푸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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