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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밖 에

비구름 피해서 x 동해

지호다 2016. 2. 14. 22:26

∮ 경포해변
전국에 겨울비 내리는 중. 동해 바다는 바람 조금, 구름 많음.
비 올걸 생각하고 간 나들이인데 비는 그치고, 운치있게 우울한 동해바다는 이대로 좋다.

∮ 남항진해변과 강릉항, 안목해변 카페거리
솔바람다리 옆으로 남이섬 짚와이어랑 비슷한 레져시설이 있다. 거리는 짧은데, 바로 밑이 바다라 조금 아찔해보인다.
항구 특유의 비릿한 공기를 지나면 방파제에 부딪히는 바닷바람이 머리칼을 흩날린다.
그렇게 움츠린 몸 끌고 카페거리로 꼬우- 
2층이 통창으로 되어 있는 카페 보사노바. 층고가 높아서 바다경치를 보기에 제일 낫다.
카페거리에서는 산토리니가 제일 유명한 것 같은데, 사람도 많고 도로 입구라 약간 번잡스러운 편.

∮ 정동진역
워낙 유명한 곳이라 설명이 불필요.

∮ 짬뽕순두부
강릉을 대표하는 맛인 교동짬뽕과 초당순두부 퓨전!
사진 속 식당은 정동진역에서 도로쪽으로 100m 정도 떨어져 있다. 
식객 허영만씨가 인정했다는 짬뽕순두부집은 강릉시에서 가까운 동화가든인데, 동해로 내려가는 동선이라 굳이 그 집을 찾진 않았다.

한번쯤 먹어봐도 괜찮지만,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그런 맛이라 우아하진 않음.

∮ 묵호등대 논골담길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산동네는 이방인들에게 낯선 즐거움을 준다.
묵호등대 바로 밑에는 산장 닮은 펜션이,
달동네 담벼락엔 원색의 벽화가,
파도 흩날리는 제방에는 고급스러운 커피집이 있다.
그리고 80년대의 시끌벅적한 풍요로움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가파른 언덕과 세월에 삭은 집이 남았다.

∮ 동해시 천곡동굴
동해 시내 덩그러니 주택가와 학교 사이에 뻥 뚤린 천곡동굴. 마치 언덕 넘어에 노천탕이 있을 것 같은 분위기다.
주차비는 안 받을 듯 하더니, 입장할 때 스탭이 다 받음 ㅋㅋㅋ 다 지켜보고 있다고!
입장 할 때는 헬멧 필수. 관람객들은 많아도 헬멧이 지저분해 보이진 않았다.
 남들 다 썼던 모자 쓰기 찝찝하다고 쓰지 않을거면, 동굴 안으로 들어가지 말길 바란다.
사람 다니는 통로 위에도 날카로운 날 것의 바위와 종유석 천지라, 머리 찢어지기 십상이다.
평균 키의 사람들도 중간 중간 부딪히는 구간이 있다.

동굴은 꽤 긴 편이다. 부지런히 걸어서 30분 정도.
습한 냄새가 들어갈 수록 짙어지지만, 불쾌한 느낌이 아니라 겨울에도 시원하다- 는 느낌이다.
사진의 "저승굴"은 다른 통로보다 좁은데, 정말 이상하게 가슴이 턱 막히더라.
공기가 적어지는 느낌? 관리자들도 그걸 아는지 조명도 거의 보일듯 말듯 켜놨다.

주말 운영시간은 6시까지.
넉넉잡아 5시 전후로 들어오면, 천천히 관람할 수 있다.

∮ 묵호항
여기는 산업화된 첨단분업의 현장!
물고기를 파는 사람들은 물고기만 팔고, 회 뜨는 사람들은 회만 뜨고, 삶는 사람들은 삶기만 하고, 간장과 초장은 마트에서.
마치 모던타임즈를 보는 듯하다.

여기선 회 뜨는 할망들이 왕.
"아무말 말고 얌전히 기다려" 라거나, "퇴근해야하니 딴데로 가" 라거나,
순전히 기분 탓으로 내 순서가 당겨지거나 멀어지기도 한다.
그건 눈살이 찌뿌려진다기보다는, 굉장히 훈내나고 프로페셔널한 느낌이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깨끗한 물이 채워진 두 개의 탐 대야,
내장과 살코기를 담는 소쿠리 하이햇,
용품들과 큰 쓰레기를 담는 통 심벌까지.
스틱을 대신한 할망의 식도가 도마 위에서 베이스 드럼치듯 춤춘다.


∮ 망상해변
밤새 창을 뒤흔든 바람이 잦아들었다.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해두고, 육교를 건너 해변으로 가본다.
정오가 되어도 오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횡한 해변가에 부서지는 파도를 담기가 좋다.
쓸쓸한 풍경이지만 그래도 외롭진 않다.
노래를 흥얼거린다. 풍경에 섞인 우리에게 딱 맞는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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