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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자동차

저자
신동헌 지음
출판사
세미콜론 | 2012-08-30 출간
카테고리
취미/스포츠
책소개
자동차를 이해하면 인생이 즐거워진다!자동차 저널리스트이자 모터링...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이 책은 아주 일방적이다. 저자가 국내 자동차 제조사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려고 마음 먹었던 '아반테'나 '쏘나타'는 여기에 이름 한자 올라가지 않는다. (서문에 잠깐 나온다. 까려고) 왜냐고, 그 차들은 쓰레기라. 원인은 분명하다. 제조사가 쓰레기니까. 제조사가 쓰레기인 이유. 그들에게는 철학도 꿈도 없다. 세계 5위에 이르는 생산성과  7위의 점유율을 갖추고 있음에도 자동차다운 자동차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  존나 '취화선' 돋네 - 현대 자동차의 디자인 코드 '난'
국산차의 기술, 성능, 내수 외수차의 차별논란들은 이미 붉어질대로 붉어졌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애국심만큼 기업들은 국내 소비자들을 사랑하지 않는다. 과거 자동차 산업을 키우기 위한 보호정책들은 이제 제조사들의 매뉴얼이 되었다. 저자도 말하듯, 다행인 것은 자동차 회사 내부에서 "독점적 위치에서 가진 힘을 남용해 왔다."는 것을 자각하고 대책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수입 차의 증가하는 점유율에 대한 대비책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와 별개로 제조사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애써왔던 것은 '디자인'이다. 소비자가 브랜드에 특별한 애착을 느낄 수 있도록 상징을 만드는 것. 이는 기존의 브랜드 마크만으로는 부족했을 뿐더러 시장을 주도하는 유럽차는 진즉에 갖고 있었던 것이었다. 누가 봐도 이 차는 ○○ 브랜드라는 것을 알려주는, 범주화 된 디자인 정체성 - '패밀리 룩' 이었다.

아마 국내 제조사들도 수 년을 준비했을거다. 디자인이 만드는 브랜드의 이미지가 회사를 먹어살릴테니까. 어릴 적 촌스럽게 지어냈던 이메일 계정이나 아이디들처럼 마음에 안든다고 삭제할 수도 없다. 그래서 저자는 이 디자인에도 '이유'가 깃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이 아닌, 어떤 이유를 가진 디자인은 보면 볼 수록 매력을 풍긴다고.

노면을 더 꽉 움켜쥐기 위해 좌우로 벌어진 '포르쉐의 엉덩이'

더 민첩하게 방향을 바꾸기 위해 짧아진 'BMW의 오버행'

차체의 강성 확보에 도움을 주기 위한 '르노의 괴상한 형태의 수직 뒷창문 구조'

이처럼 이유 있는 디자인에 우리는 열광한다. 이유 있는 디자인은 개성이 되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립한다. 난초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이리저리 그었다는 쏘나타의 라인에 무엇을 더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 단지 나는 현대 자동차의 디자인이 정말 싫다. 蘭이 지닌 간결한 곡선과 여백미를 적절하게 구현했다는 생각이 한푼도 들지않을만큼 과하고 또 과하다. 좆나 취화선이세요.


§  이제 우리도 로망 좀 가져봅시다.
사람들은 살면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을 완성시켜 간다. 그것이 타인을 의식한 행위이든 순수한 자아실현을 위한 행위이든,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그 행위들은 자신만의 틀을 만들고 독특한 정체성을 형성해 나간다. 그런데 국산 자동차 제조사들은 아니다. 그저 물건 팔기에만 여념이 없어보인다. 그나마 앞으로 외산차에 밀려 행보가 변화될 수 밖에 없음은 자명하지만, 자발적인 움직임은 아니니 꽤씸죄다. 우리는 철학이니 정체성이니 다 필요 없고 그냥 만들어서 파는 장사꾼이 되겠다면, 이것도 나름의 철학인가. 허나 어쩌나 내보일 것 없는 차에 가격 경쟁력마저 없어지면 그 장사가 잘 되려나.

그러니 노력하는 당신은 국산 자동차 제조사를 신랄하게 비판할 자격이 충분하다.

저자가 좋은 이유도 그 점이다. 자기 철학이 있으니까. 본문 전체에 걸쳐 나오는 BMW에 관한 관심, 특히 320D에 대한 외골수적인 사랑이 저자의 생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또한 당당히 지면을 빌어 한국차가 싫다고 말하는 과감한 표현. 실제 본인은 국산차 관련 기사를 거의 쓰지 않는단다. 시승에도 관심이 없어서 동료 기자나 후배를 시켜 접촉하게 하는 등, 가능 하면 엮이기 싫다고. 그렇다고 저자가 국산차를 타는 사람을 깎아내리거나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국산차를 선택하는 것이 여러모로 속 편한 일임을 인정한다. 다만 여유가 되지 않더라도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해보라는 조언이다. 저자 역시 부잣집 아들 아니라 중고 외제차에서 시작한, 정말 차 좋아하는 차쟁이이자 글쟁이일 뿐이니까.




차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에게.

어쩔 수 없이 당장 현실적인 선택은 국산차이지만,

명차 -수 억 고급 세단, 스포츠카만이 아닌 철학을 가진 차- 에 대한 로망을 가진 모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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